
저는 20대 중후반이었고, 상대는 30대 초반의 대학 강의를 나가는 남자.
제법 잘 나가고 있었고, 조만간 교수가 될 예정이라고 했습니다.
생긴건 그냥 보통 30대 초반의 남자.
키도 작진 않고, 훈남까진 아니어도 호남형이었습니다.
M호텔 커피샵에서 차를 시켜놓고 제법 긴시간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공통 관심사도 의외로 있었고 말도 매너있고 재미있게 했기 때문에
이때까지만 해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만난지 2시간쯤 되었을까? 이 남자 갑자기 시계를 보더니.
'이동하시죠?'
하고 벌컥 일어나서 계산서를 들고 나가는겁니다.
잠시 당황했습니다. 아직 반잔이나 남은 나의 얼그레이 홍차와...
2개나 남은 쿠키;;;;(아껴먹고 있었는데!!!)
그러나 이미 남자는 계산을 하고 있었고, 저는 짐을 챙겨 주섬주섬 따라 나갔습니다.
그래, 배가 고팠나보지.. 밥이나 먹으러 가자~
좋게 좋게 생각하며 남자를 따라갔습니다.
주변을 서성이다 그 남자가 고른 곳은 아웃백.
서슴없이 메뉴판을 집더니, 멋대로 주문하는 이 남자ㅡ.ㅡ;;
고기 드시죠? 미디엄 괜찮으시죠?
묻기는 했지만, 대답도 안 기다리고 주문 해버리는겁니다.
사이드메뉴의 선택권은 물론 없었구요...
이때부터 이건 뭔가 아니다 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부쉬맨브레드도 조금밖에 안 먹었는데, 메인이 나오니 치워달라그러는 센스.
나 빵이랑 고기 같이 먹는거 좋아하는데..;ㅅ; 하며 섭섭해 하고 있는데,
어느새 제 접시를 가저가서는 스테이크를 슬겅슬겅 잘게 썰어줍니다.
;;;; 스테이크는 직접 썰어먹어야 제맛인데 엉엉엉...
자기것도 먹어보라고 한조각 썰어주는거랑은 다르잖아!
과잉 친절도 슬쩍 불편했는데, 그나마 그 토막난 스테이크.. 반밖에 못 먹었습니다.
어찌나 말을 많이.. 시키는지'''''''''''
게다가 전공의 특성상 알고있는 아웃백의 비리와 원가이야기.
덤으로 여기 고기는 참 별로죠...(그럴꺼면 왜 여기왔는데요?)
주절주절 말하면서도, 빛과같은 속도로 접시를 비우고는 하는말.
'디저트 드실래요?'
'아뇨, 괜찮아요...(그냥, 이거마저 먹을께요)'라고 말하고 싶었는데 말을 끊으며,
'배부르신가보다. 이제 들어가셔야겠어요, 하긴 여기 디저트도 별로긴 하죠 하하하'
"아 예..."(그러니까 그럴꺼면 왜 여길 왔냐교!)
'웨이터 이거 치워주시구요~ 계산해주세요.'
얌전히 앉아서 속으로 내고기!!!!!!!!!!!를 울부짖는 고양이 한마리 였습니다.
이럴 줄 알았음, 대답 없이 묵묵히 고기나 먹을껄.....
집이 지방이라 그 날 친구네 집에서 신세를 졌었는데, 가서 한탄만 죽어라 했습니다.
다행히 다음날 아침이 되도록 문자 한통 없었습니다.
'차였구나~♡' 하고 기뻐하고 있었는데...
점심시간 즈음 전화해서는 대뜸 하는말.
'다음에 언제 서울 올라오세요?'
'네?'
'어디서 만날까요?'
'아.. 그 .. 제가 연락 드릴께요....'
물론 연락 안했습니다ㅡ.ㅡ
죄송합니다 출국때까지 너무 바빠서 시간이 안될 것 같습니다.
라고 문자는 보냈습니다.
잘 다녀오시고, 오시면 연락 주세요.
라는 상큼 발랄한 답장.
나쁜사람 아니었습니다.
매너있고, 조건좋고, 술담배도 안하고, 나름 안정된 직장도 있고.
나이차가 조금 난다는 점 빼고는 꽤 괜찮았습니다.
사귀기엔 재미 없을지 몰라도 남편감으로는 꽤 합격점?
그런데, 이사람이랑 지내면 제 의지와는 상관없는 삶을 살 것 같아서 무서웠습니다.
아직도 간간히 소개시켜주신 분 통해 연락이 오는 모양입니다.
언제 공부 마치냐, 한국 안 나오냐?...
부모님은 30 바라보도록 시집 못 간 딸이 걱정 되시는지, 니가 찬밥 더운밥 가릴때냐?
그 사람 이번에 정교수 되었다더라 다시 만나볼래? 하며 아쉬워 하시구요.
그러나 저는 일본 연락처를 가르쳐주지 않은게 천만 다행이라고 생각됩니다.
부모님께도 만날 생각 없으니 그리 전해달라고 했습니다.
저 잘못한건가요?
P.S 과잉친절에 관한 포스팅을 쓰려다 폭주해서 이런 글이 되어버렸습니다...
P.S2 역시 고기는 직접 썰어먹어야 제맛이죠?








덧글
희연화 2009/01/03 13:27 # 답글
언니의 이런 비하인드 스토리는 처음이네요/흐흑.아니 그 분 뭐랄까, 식사는 혼자 하는 게 아닙니다.라고 푯말이라도 테이블에 꽂아놔줘야하는 걸까요/침묵.
언니, 저랑 다음에 고기 썰러 가요♡
물빛고양이 2009/01/03 13:27 #
안그래도 아웃백 보고 염장 당했다능!다음엔 오붓하게 썰러가자구~고기만쉐!
ㅄㄷ 2009/01/03 18:10 # 삭제 답글
근데... 왠지 저남자 리더쉽있고 괜찮은 사람같은데요어떤 여자분은 소개팅한 남자가 자신감도 없고, 계획성도 없다고 뭐라하시던데...
그리고 아직 식사 끝내지 못했다. 왜 이런말은 못하시는 건가요?
물빛고양이 2009/01/03 21:18 #
제 말은 듣질 않더라구요... 말하려면 끊고 자기말 하고.
현기 2009/01/03 18:45 # 삭제 답글
흠, 남자 나름 계획성 있고 괜찮아 보이는데...
물빛고양이 2009/01/03 21:19 #
상대방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계획성이 무서웠습니다.
리본 2009/01/03 19:08 # 삭제 답글
비로긴이라 죄송해요; ㅎㅎ요즘 블로깅을 안해서 -_-;
밸리에서 보고 왔는데..
저런 남자 좋아하는 여자들도 많으니까 모..-_-
(실제로 '메뉴 물어보는 남자 제일싫어' 이런 소리 공공연하게 하는 부류도 있으니까;)
그래서 그 남자분도 더 그렇게 했나 싶기도 해요.
그래도 저라도 싫었을거 같아요.
밥먹으러 가서 잘난척 하면서..아웃백에 대한 설교라니 -_-ㅋ
그러면서 아웃백 간건 또 여자들이 아웃백 좋아하니까 하면서 데리구 가서,
아웃백 좋아하다니 쯧쯧 하면서 얘기한거 같은 느낌이랄까요?
그리고 뭣보다 전 저한테 가르치려는 남자가 싫어서 ㅠ.ㅠ.....ㅎㅎㅎ
그냥 이런이런거다 하고 설명해주는거랑 가르치려 드는건 엄역히 느낌이 다른데..
이 남자분은 느낌이 가르치려고 들었던것 같기도 해서욤;
그리고 물빛고양이님이 그 남자분을 어떻게 느끼느냐에 따라 달린건데..
남들이 그사람이 좋은데 괜찮은데 할 필요도 없구욤.....
영국이었나? 어디 소설인지 속담인지 중에 그런거 있죠.
'사람 느끼는게 다 똑같다면, 다들 내 마누라를 탐낼거다' 이런 말(약간 다르지만 뜻은 같을거에요;)
그렇죠 ㅎㅎ
사람마다 느끼는게 같으면 다들 같은 사람 좋아하지..각자 다른 사람 만날일 없겠죠..
물빛고양이 2009/01/03 21:20 #
아 멋진 속담이네요!! 그렇습니다, 저 위의 말은 사실 다 핑계고 사람이 마음에 안들었던거죠.
꺅 2009/01/03 19:54 # 삭제 답글
글 다 읽고 태그보고서 빵터졌네요 ㅋㅋㅋ썰어먹지마, 토막스테이크 싫어
역시 스테이크는 한입한입 썰어먹는재미죠 ㅋㅋ
물빛고양이 2009/01/03 21:21 #
미디엄 으로 구워서 썰어놓으면 육즙이 다 달아나, 맛없어보이는 스테이크...세살먹은 어린애도 아니고 정말 가로세로 2~3센치의 작은 조각으로 토막내어 주셨어요.
커다란거 썰기 편하게 몇조각 낸것도 아니고..OTL
소니아♡ 2009/01/03 20:30 # 답글
푸하핫;;; 뭐랄까 좀 너무 마이페이스셔서 덜덜.정교수고 자시고 좀 저같으면 싫을 것 같아요. 배려심 있는 사람이 좋달까...
...어떠세요? 괜찮으신가요? 정도는 할 수 있을텐데. :(
아, 글쓴분도 학교에 남을 작정이신 것 같은데 힘내시고요.
물빛고양이 2009/01/03 21:22 #
네, 사실 제일 화났던건. 물어봐놓고 듣는둥 마는둥 후 자기말 하는 태도였을지도 몰라요.고맙습니다 힘내겠습니다.!
Q 2009/01/03 23:07 # 삭제 답글
리더쉽이 있는거와 배려심이 없는거와는 다른거죠.잘하셨어요.
물빛고양이 2009/01/04 10:05 #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꼭꼭 2009/01/04 00:23 # 삭제 답글
이건 뭐 이런 종류의 여자들을
물빛고양이 2009/01/04 10:06 #
어쩌시겠다는 건가요?
2009/01/04 00:26 #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
물빛고양이 2009/01/04 10:06 #
감사합니다. 꾸벅.
흑곰 2009/01/04 00:29 # 답글
이건 뭐 -_-;;; 같이 살면서 알아가자는건가 -_-;;;최소한의 질문과 권유 없이 그냥 냅다 행하시는 남자분의 센스가 -_-;;;;
물빛고양이 2009/01/04 10:07 #
아 흑곰님!(희연화 스톡허입니다.)막무가내 자세하 싫었었습니다.
흑곰 2009/01/04 13:27 #
-0-;; 스...스톡허;;; 움찔움찔;;;(_ _;;; 그렇군요;;;
꽃선군 2009/01/04 02:08 # 답글
뭐랄까... 어렵네요... 사람마다 선이 다른 거니깐요...만약에 맘에 드셨다면 대화를 통해서 님의 페이스에 맞추게 하는 것도 필요한듯;;
뭐든지 대화가 최고에요~ 맘에 안 드셨다면 뭐.. 어쩔수 없는거죠;
물빛고양이 2009/01/04 10:08 #
네 할 수 없느거죠, 그 사람과는 마음이 안 맞았던듯 합니다.
2009/01/04 02:34 #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
물빛고양이 2009/01/04 10:08 #
친절한 덧글 감가합니다^^
Ewan 2009/01/04 16:54 # 답글
타협과 배려가 절실히... ^_^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물빛고양이 2009/01/04 19:39 #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lly 2009/01/06 12:56 # 답글
벨리 돌다가 봤는데 제 3자가보기엔 재밌지만 당사자는 굉장히 난감했을 이야기 같아요.저같으면 그 자리에서 커터리 던져버렸을 듯...ㅎㅎㅎ
강하게 표현하는게 저런 스타일 남자들에겐 필요하죠..ㅎㅎ
물빛고양이 2009/01/08 15:44 #
저도 좀 더 대범해질 필요가 있는거군요!
3rd person 2009/03/09 00:00 # 답글
꼭 그렇지 않을 수도 있어요. 남자 입장에서는 긴장해서 상대방한테 물어보는 것을 잊을 수도 있는 거구요. 그러나 상대방이 어땧건 본인이 싫음 그만이죠 모 ㅋㅋ 그나저나 인연은 아닌가보네요.
Sita 2009/03/09 03:05 # 답글
와... 이남자는 진짜 아닙니다.. 제3자가봐도 이건 아닙니다.남의 의사를 이렇게 무시하는건 진짜 아니죠. 님 정말 잘 차셨습니다.